게임기획 이야기 세번째 이야기: 기획서 작성 전 고민할 것들

게임기획자가 기획서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요소들을 살펴보도록 하자.

게임기획

네이버 국어사전 정의로 기획이라는 단어의 뜻은 위와 같다.
게임 기획이란 게임을 만들기 위해 일을 꾀하고 계획하는 일이다.

게임 기획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필수 요소 몇가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자.

첫번째. 게임의 방향성, 기획의도 수립

게임기획

기획 의도와 방향성은 같은 것을 의미한다.
방향성은 게임 전체의 방향, 기획 의도는 특정 시스템의 방향을 의미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본문에 두가지 용어가 섞여서 사용되더라도 헤깔리지 않길 바란다.

게임은 거대한 방향을 갖고 모든 시스템은 그 방향을 향해 있어야 한다.
무슨 말인지 어렵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생각해보면 그리 어려운 말은 아니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부산을 자동차를 타고 간다고 생각해 보자.

  • 네비게이션은 목적지인 부산 어딘가를 향해 방향을 가르킨다.
  • 부산까지 누군가는 운전을 해야 한다.
  • 운전할때 심심할 수도 있으니 음악을 선곡해 놓고 주전부리를 챙긴다

위에 예를 들은 3가지 행동은 모두 자동차를 운전해서 부산까지 가기 위한 하나의 목적을 위해 하는 행동들이다.
게임의 모든 시스템이 게임의 방향성을 가르키고 있어야 한다는 말은 이런 의미라고 할 수 있다.
비록 그 행동이 부산에 가지 않아도 할 수 있는 행동일지라도 지금 당장 그 모든 행동들은 부산을 가기 위한 준비이자 과정이기 때문이다.

게임 기획의 시작은 이 방향성 (기획의도)를 결정하는 것으로 부터 시작한다.
내가 (혹은 우리가) 만들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용자들이 과연 어떤 재미를 느끼게 할 것인가를 결정한다고 생각해도 좋다.

예를 들어보자,

여러명의 사용자들이 한 공간에서 전략과 전술을 사용해 정신없이 격렬하게 싸우는 재미를 갖고 있는 게임

위와 같은 재미를 갖고 있는 게임은 LOL이나 오버워치 그 어떤 것의 기획의도가 될 수 있다.
기획자가 잡는 방향이라는 것은 정형화 된 형태는 아닐 수 있다.
위의 예시처럼 장르나 게임 방식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게임이 될 수도, 같은 게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게임 기획 지망생들은 이 부분에서 부터 어려워 한다.
왜냐하면 어떤 재미를 줄 것이냐의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고민하다보면 구체적인 게임의 방식까지 모두 결정해 버리기 때문이다.

어떤 재미를 주고 싶은지 고민하고 게임의 시작부터 끝까지를 모두 구상해 보면 자연스럽게 기획의도와 방향성을 설정하고 게임의 방식까지 결정하게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기획의도나 방향성은 그 본질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어려운 이야기지만 게임의 방향성, 기획의도를 결정할때는 철저하게 게임의 방식, 장르, 비쥬얼 등에 대한 부분을 배제하고 생각해야 한다.

물론 게임의 방향성을 설정하기 위해 다양한 게임의 방식, 장르, 비쥬얼을 상상하고 그 원초적인 재미를 상상하게 되지만 그것이 방향성에 반영되어서는 안된다.

방향성, 기획의도는 이 게임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성을 의미한다.
어떤 방식으로 작성해야 하는지는 다음 포스팅에서 자세하게 언급 할 예정이다.

두번째. 사용자에게 어떤 경험을 주고자 하는가?

전 글에서도 잠깐 언급했듯 사용자가 느끼는 명확한 “경험”이 없이, 이것 저것 시스템을 막 기획해서 넣다보면 사용자는 그 게임에서 깊은 재미를 느낄 수 없거나 특정 몇몇의 시스템만을 즐길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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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과거 월드오브워크레프트나 그와 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는 게임들은 특정 시스템들만을 즐기는 사용자들이 많기는 했으나 그것은 게임 전체를 아우르는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게임기획자는 시스템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사용자에게 일관된 경험을 줄 수 있어야 한다.

폄하하고자 하는 의도는 없지만 중국산 양산형 게임들을 플레이하다 보면 아무런 연결성도 없는 시스템들이 마구 흩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을때가 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명확한 사용자 경험을 고려하지 않은 상태로 기획된 게임의 결과물이다.

사용자의 경험에 대한 기준이 없이 이미 다양한 시스템이 기획되고 개발이 완료된 상태일때 기획자들의 가장 쉬운 선택은 각기 다른 방향을 갖고 있는 시스템들을 보상 시스템으로 강제로 묶어 버리는 것이다

pvp 시스템에서의 보상으로 얻은 아이템이 레이드 시스템을 즐기기 위한 필수 조건이 되는 방식을 생각해 보자.
pvp 시스템과 레이드 시스템이 같은 사용자 경험을 추구하고 있을 경우 아주 잘 만들어진 게임이라고 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가 대부분이며, 이 경우사용자들에게 지루하고 불쾌한(다양한 형태의 부정적인) 경험을 강제하게된다
어떤 사용자는 pvp 를 즐거운 컨텐츠로 생각하지만, 어떤 사용자는 그것을 불쾌하고 불편한 경험이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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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죽어도 하기싫은 공부를 강제로 했덩 경험을 떠올린다면 그게 사용자들에게 얼마나 큰 고통인지 알게 될것이다.

게임 기획자는 게임에 전체적인 흐름을 조절함으로써 사용자에게 일관적인 경험을 제공해야 하며, 그 방법은 여러가지 일 수 있다.

몇가지 예시를 들어 보자.
1. 일정 시간 동안만 특별히 집중이 필요한 사용자의 경험
2. 유유자적 풍경도 즐기고 서두를 것 없는 사용자의 경험
3. 설렁 설렁 플레이를 하다가 특정 상황에 사용자가 놓여졌을때 아드레날린을 뿜뿜거리며 심장 박동이 높아지는 사용자의 경험

사용자의 경험이란 단어나 문장으로 정의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사용자 경험은 게임의 장르나 게임 플레이 방식을 정의하는데 사용되기도 한다.

인기있는 게임 LOL 은 위의 예시 중 첫번째 예시에 해당하는 경험을 사용자에게 제공한다. LOL의 메인 플레이는 시간과 집중력의 싸움이며, 그 외의 플레이 (게임이 종료된 후)는 시간에 쫓기지도,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지도 않는 것이다.
이 게임을 즐기는 사용자는 짧은 시간 동안의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서 게임을 플레이 하고, 그 게임에서 이탈 할 수 있다.
MMORPG 장르의 게임처럼 게임에 접속한 시간과 게임의 성과가 정비례 하지 않는 경우이다.

사용자는 LOL 이라는 게임을 즐길때 한판 한판 게임 자체의 재미를 느끼게 되는 것이고, 본인의 상황에 따라 게임을 계속 즐길 것인지 게임을 떠날지를 결정할 수 있다.

이 게임의 모든 시스템은 그 짧은 시간에 즐기는 게임을 위해 존재 한다.
챔피언이나 스킨을 구입하거나, 스킬을 선택하는 등의 액션은 모두 게임에서 사용자에게 주고자 하는 경험을 위해 존재하는 부수적인 도구일 뿐인 것이다.

반대로 게임 기획자는 사용자로 하여금 의도적인 부정적인 경험을 느끼게하는 경우도 있다. 아주 쉬운 예로 PK시스템을 들 수 있다.

PK 시스템은 사용자에게 불쾌감을 느끼게 하고 그것이 곧 게임에 집중 할 수 있는 요소로 금세 탈바꿈 시켜 줄 수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게임을 포기하는 사용자들도 나올 수 있다.
이것이 옳다는 것은 아니지만 의도적인 불쾌한 경험이 때로는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의도적인 불쾌함에 대한 다른 종류로써 노가다성 플레이가 있다.
물론 노가다를 즐기는 사용자들도 적지 않지만 기본적으로 맹목적인 반복플레이는 사용자에게 있어서 좋은 경험이 될 수 없다.
이를 타계하는 방법으로는 강도 높은 반복 플레이를 한 사용자에게 높은 보상을 제시해 그 플레이에 당위성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 당위성 이라는 것은 사용자들의 부정적인 경험을 빠른 시간안에 긍정적인 경험으로 바꿔줄 수 있다.

이러한 기법은 기획의도에 기반하는 사용자 경험을 정의하면서 여러가지 형태로 파생 될 수 있다.
본인이 오랜시간 즐겼던 게임이 있다면 그 게임은 어떤 기획의도를 갖고 있으며, 어떤 사용자 경험을 주고 있는지를 고민해 보자.

세번째. 내 문서를 보는 사람이 누구인가?

기획의도와 사용자에게 주고자 하는 경험이 결정되었다면 본격적인 문서에 손을 대기 시작할 것이다.
(물론 이 전에 기획의 뼈대 잡기등의 중요한 과정이 있지만 기술적 영역에 대해서는 별도의 포스팅에서 다룰 예정이라 어물쩡 넘어간다.)

기획자는 결국 문서로 말을 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기획서를 완성하기 위해 다양한 사람들과 토론을 하고 의견조율의 과정을 겪지만 결국 기획자의 손을 떠난 문서가 다른 사람들의 손에 들려져 눈에 보이는 무엇인가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때문에 문서를 쓰기 위해서는 어떤 사람이 내 문서를 읽는지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타인에게 정보를 전달하려는 사람은 정보 전달 과정에서 높은 확률로 정보를 받아들이는 사람과 나와의 지적 수준, 습득하고 있는 정보의 량을 동일시 하려는 경향을 갖는다.

하지만 내가 만든 문서를 보는 사람이 프로그래머라면 디자인적인 요소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지식 수준이 낮을테고, 아티스트일 경우 프로그램적인 지식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을 것이다.

그렇다면 기획자는 누구의 수준에 맞춰서 기획서를 써야 할까?

기본적으로 기획자의 문서는 초등학생이 읽어도 이해 할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한다.
문서를 작성하는 나 자신의 지적 수준, 습득하고 있는 정보의 량 을 상대방에게 맞출 수는 없기 때문에 차라리 가장 낮은 수준으로 기준을 잡고 작성 하기를 권장한다.

기획가 써 낸 문서에는 지금까지 없던 용어, 나만 알고 있는 용어들이 들어가 있을 확률이 높다.
그 용어에 대한 이해도가 없는 사람이 문서를 읽다가 자신이 모르는 용어를 보게 되면 그 순간부터 문서에 대한 이해도는 0에 가까워 진다.
(물론 통밥으로 알게 되는 부분이 대부분이지만, 그렇게 이해한 의미가 기획자가 작성한 의도와 다를 수 있다.)

문서를 쓴 사람의 의도를 100% 이해해도 타인의 생각이기 때문에 그 생각과 똑같이 이해하기는 어렵다.
하물며 모르는 단어나 읽이 어려운 문장구조일 경우엔 문서를 작성한 사람과 읽는 사람의 머리속에 떠 오르는 최종 결과물을 상당히 달라 질 수 있다.

오랜시간 함께 일을 했던 동료들일 경우나, 같은 프로젝트를 오랫동안 만들어오던 동료들이라면 이런 과정을 과감하게 건너 뛰어도 된다. 기본적으로 업무를 진행함에 있어 불필요한 서술은 업무의 효율을 낮추는 요소기 때문이다.

네번째. 문서를 읽는 것만으로도 기획자가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그릴 수 있어야 한다.

앞서도 설명했듯이 문서를 쓴 사람과 읽는 사람이 다른 생각을 한다면, 그 기획서는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다.
기획자는 코가 긴 회색 하마를 그리고 싶었는데 문서를 읽은 아티스트는 그것을 코끼리로 지레짐작 할 수도 있다.
그 상태로 작업이 진행되면…. 상상도 하기 싫은 결과가 벌어질 것은 안봐도 뻔하다.

기획자의 문서는 말이자 글이고 그림이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그림이 많이 들어간 기획서를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글로 설명할 자신이 없다면 그림은 물론이고 동영상이라도 첨부해서 내 생각과 읽는 사람의 생각을 최대한 갖게 만드는 것이 옳다.

내가 만든 문서를 본 사람과 내 머리속에서 그리고 있는 모습을 최대한 똑같이 맞춰야 어렵게 세운 기획 의도에 맞는 결과물이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이 부분은 진짜 어렵다. 나 뿐만 아니라 경력이 훨씬 더 오래된 선배들도 아마 같은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기획자는 글로 그림을 그리는 방법을 끝없이 고민해야 하고, 다른 사람의 글도 많이 봐야 한다. 독서하는 습관을 기르자.

이번 포스팅은 여기까지다. 준비를 열심히 했는데 설명을 시작하고 나면 끝도 없을 것 같아서 수박 겉핥기식이라도 한번쯤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부분들이었다.

아직은 서론이라 지루할 수 있다. 근데 실제 스킬적인 부분이 나올때 까지 더 지루할 수 있다.
그래도 참고 버텨보자. 좋은날이 올지도 모른다.

자 그럼 다음 포스팅에서 만나자.

“게임기획 이야기 세번째 이야기: 기획서 작성 전 고민할 것들”에 대한 한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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