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기획 이야기 두번째

게임 기획자에 대한 오해

이번엔 게임 기획에 대한 오해에 대해서 이야기 해 볼까 한다.

학원 수업을 할 때 만났던 학생이 첫 수업에서 했던 질문이 있다.

“선생님. 이 수업 다 받으면 제가 만들고 싶은 게임 만들 수 있는 것인가요??”

대체 무슨 소린가 했다. 집에 돈이 많은가. 아버지가 회사 차려 주시나? 아니면 기껏 비싼 돈 들여 학원 수업 받아서 혼자 만들라 그러나. 별의 별 생각이 다 들다가 다시 질문을 했다.

“아버지가 돈 많으셔서 회사 차려 주신다고 하시나요?”

당연히 아니었다. 그리고 몇번의 질답으로 게임 기획자에 대한 단단한 오해가 있음을 알게 됐다. 물론 이 글을 읽는 사람들도 혹시나 비슷한 오해가 있지 않나 싶어 언급하고 넘어가려 한다.

첫번째. 게임 기획자는 게임에 대한 모든 부분을 혼자 결정한다?

  • 뼈대와 규칙을 설계하고 결정하는 것은 기획자의 몫이 맞지만 결코 모든 부분을 혼자 결정하진 않는다.
  1. 게임이 개발되는 프로세스는 상당히 복잡하다.
    1. 예를 들어 우리집에 3D 프린터가 있다고 치자. 3D 프린터로 그럴싸한 물건을 만들 수 있을까?
      • 답은 NO.
      • 디자인이 필요 하고 디자인을 하기 전에 3D 프린터로 만들어 낼 물건이 어떤 용도인지를 생각하고, 그 용도에 따라 필수적으로 필요한 구성을 고민하고 난 후에 디자인을 하는게 일반적인 순서일 것이다.
      • 간단하게 3D 프린터로 물건을 찍어 내는 것도 이정도로 고민할 것들과 필요한 기술이 여러가지인데 게임은 어느 정도 일까?
      • “기획자가 기획서를 쓰면 디자이너가 디자인 하고 프로그래머가 구현하면 돼잖아요?” 라는 질문은 게임 기획자 지망생들에게 흔하게 듣는 질문이다. 맞다. 아주 정확한 흐름이다. 그러나 기획자가 기획서를 쓸 때 디자이너가 디자인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소스를 가이드 해 줘야 하고, 프로그래머들이 구현하기 위한 정확한 규칙을 정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혼자가 아니라 각 파트 (디자이너, 프로그래머) 작업자들과 수 없이 많은 토론과 생각 공유가 필수다.
      • 기획자는 전체적인 FLOW 를 결정하고 실 작업자, 혹은 동료 기획자 들과 게임의 방향에 맞는 기획인지를 고민하고, 그 범위 안에서 설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두번째. 게임 개발의 수장이다?

아트팀 팀장, 프로그램팀 팀장, 기획팀장
  • 아직도 이런 생각하는 사람이 있나 싶다.
  • 그런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아니다.
    • 기획자가 개발의 수장인 경우는 기획팀장이 회사에서 가장 힘이 셀 경우, 사장님이 직접 기획팀을 리딩할 경우, PD님이 기획자 출신일 경우가 있다.
    • 나도 경력 초창기에는 비슷한 생각을 하곤 했다. 그래서 겁없이 이사람 저라람들과 큰 소리내며 싸우기도 많이 싸웠다. 지금 생각해보면 진짜 부끄러운 과거다. 당신은 그런 부끄러운 흑역사를 만들지 않길 바란다.
    • 일반적으로 기획자는 개발팀의 수장이 아니다. 개발팀 전체의 방향이 흔들리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대화하고 문제가 있을 경우에 대응하는 기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 집에 세워진 기둥이 집의 구조에 영향을 끼칠지언정 집 전체의 디자인을 좌지우지하거나, 배관 등의 기능적인 부분을 강제하지 않는다.

세번째.기획자는  맨날 야근한다?

  • 개발 단계에 따라 다르고 회사 분위기에 따라 다르다.
    • 하지만 사실상 기획자가 야근할 일이 가장 많은 직군이기는 하다.
    • 시스템 개발을 위해 기획서를 쓰고, 기획서가 완료 되면 이전에 기획서를 쓴 후 구현이 완료된 시스템에 데이터를 입력하고 확인하는 과정 등 모든 일의 시작과 끝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 과거에는 그냥 야근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 느즈막히 출근해서 밍기적거리다가 해질무렵부터 일을 시작하는 문화를 갖고 있는 회사도 있었다.
      • 하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그렇고, 당장 나 조차도 마찬가지다. 예전처럼 그냥 하는 야근은 없다. 중요한 이벤트 (빌드 배포 등)가 있을 경우를 제외하고는 크게 야근을 하지는 않는것 같다.
      • 물론 지금 이시간에도 야근을 하다가 잠깐 짬내서 이 글을 읽으며 “뭐라는 거야 미친놈이” 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앞서 말했지만 야근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변수가 있다.

네번째. 게임 기획은 상상력을 현실로 만드는 일인가?

  • 일부는 맞다. 하지만 일부는 아니다.
    • 게임 기획은 사실상 설계하는 일이 더 많다.
    • 실제 기획은 치밀한 구조로 설계하고 그 설계안에 조금 더 재미 있을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넣는 작업이다.
      • 예를 들자면 아파트를 짓고 아파트 마당에 어떤 시설을 놓을지, 집 안에 어떤 크기의 티비를 놓을지 등을 결정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 게임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상상력은 비전이나 방향성 등으로 상당히 많이 정제 된다.
      • 물론 이 단계에서는 굉장히 많은 아이디어가 오가기도 하고 그로 인해 게임의 방향이 결정되기도 한다.
      • 이 이후의 일은 거의 막노동에 가까운 두뇌 노동에 가깝다.
  • 그렇다면 게임 기획자들에게 상상력을 키우라고 하는 말들은 헛소리인가?
    • 그렇지 않다. 앞에서도 이야기 했듯. 게임 기획자들에게 상상력이란 것은 필수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 아무런 방향이 없는 상상력은 망상이다. 게임 기획자는 정해진 방향과 의도를 기반으로 아이디어를 뽑아내고 그것을 로직화 시키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 뛰어난 상상력만을 갖고 있는 사람이 게임 기획자로써의 자질이 높다고 할 수 있냐는 질문을 한다면. 나는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게임 기획자에게 상상력은 기본 소양이고 자질이다.
      • 개인적으로는 상상력보다는 분석력이 더 가치있는 자질이라고 생각한다.
      • 머리가 좋은 애들은 기획도 잘한다.-_-

다섯번째. 기획서만 잘 써 내면 된다?

  1. 기획자의 소양은 단순히 기획서만 잘 쓴다고 끝나는건 아니다.
    • 다양한 사람들과 의견을 조율함에 있어 적당히 내 의견을 필역하고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할 수 있는 유연성과 논리력은 필수다.
    • 꽤 높은 비율의 기획자들이 본인이 즐기는 게임에서 재미 있던 점을 내가 만드는 게임의 방향성과 상관 없음에도 불구하고 기획을 반영하려는 경우가 있다. 이들은 그 어떤 논리도 없으며 상대방이 논리적으로 반박한다고 해도 왠만해서는 양보하려하지 않는다.
    • 기본적으로 기획의 영역은 문서를 써 내는 것이지만, 애초에 같은 우주에 사는지도 모르는 다양한 사람들에게 재미를 끌어낼 수 있는 보편적인 시스템을 설계해야만 한다. 나와 내 주변의 사람들이 재미 있다고 느끼는 것이 모든 사람들에게 같은 수준의 재미일 수는 없다.
    • 게다가 기획서가 뭔지 부터 정확히 알아야 기획서만 이라도 잘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이 과정은 다음 편으로 이어진다.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잡소리가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지만 기본적인 마인드가 세팅이 되지 않으면 그 어떤 공부를 한다고 해도, 성장이 더딜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실제 공부 전에 잡소리를 자꾸 하게 된다. 

(이래서 같이 근무하는 주니어 기획자들은 내가 잔소리 하는걸 굉장히 싫어한다 -_-… 얘들아 미안.)

자 그럼 여기까지 서론은 마치고 다음 포스팅 부터는 진짜 공부를 시작하자.

다음 포스팅에서도 만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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